큰 결심으로 모발이식을 받고, 2-3주 때까지는 머리가 빽빽하니 기분이 좋았는데 4주 차 때부터 이식한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닐까, 내 소중한 모낭이 다 죽은 건 아닐까...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공포스러운 시기를 많은 분이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수술 실패가 아니라,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모낭이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휴지기 탈모'라고 부릅니다.
왜 힘들게 심은 머리카락이 빠질까요?
이식한 모발이 빠지는 것은 모낭이 죽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살기 위해서'입니다.
모낭은 채취, 분리, 이식 과정을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일시적인 영양/산소 부족을 겪습니다. 이때 모낭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 소모가 큰 '성장'을 멈추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휴지기' 상태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즉, 기존 모발을 밀어내고 두피 속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식한 모발의 70~80%가 빠지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범위입니다. (간혹 이식 부위 주변의 기존 모발이 같이 빠지는 '동반 탈락'도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일시적이며 곧 회복된다고 합니다.)
암흑기, 언제 끝날까요?
너무 불안감만 갖는 것보다 암흑기의 시작과 끝을 알필요가 있습니다.
- [2주 ~ 4개월] 암흑기 절정:
이식모 탈락이 본격화됩니다. 특히 수술 후 3~4개월 차는 신생모는 아직이고 빠질 머리는 대부분 빠져, 시각적으로 밀도가 가장 낮아 보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병원에 불만을 표출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저도 지금 이 상태입니다. ㄷㄷㄷ - [4 ~ 7개월] 신생모의 시작:
긴 휴지기를 마친 모낭에서 드디어 '새싹'이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솜털처럼 얇고 곱슬거릴 수 있습니다. 모든 모낭이 동시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속도가 제각각이라 듬성듬성해 보일 수 있습니다. 4개월 차에 듬성듬성한 것은 실패의 징후가 아닙니다. - [8 ~ 18개월+] 성숙과 완성:
1년 차가 되면 최종 '개수'의 80~90%가 나와 밀도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하지만 '12개월의 함정'이 있습니다. 모발의 '굵기'가 원래대로 완전히 굵어지는 데는 18개월에서 2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1년 뒤에도 머리카락은 계속 성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모발이식 '암흑기'에 대한 핵심 정보
모발이식 후 겪을 수 있는 '암흑기'에 대해 두 가지 핵심 사항을 설명해 드립니다.
- 암흑기 없이 자라는 경우 이식한 모발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자라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는 모낭이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적으로 잘 생착했음을 의미합니다.
- 남들보다 많이 빠지는 경우 암흑기에 머리카락이 유독 많이 빠진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상적으로 '암흑기 탈락량'과 '1년 뒤 최종 생착률'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암흑기를 겪지 않든, 남보다 심하게 겪든 이는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은근히 1번의 경우를 기대하게 되지요.ㅎ
암흑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암흑기'는 피할 수 없지만,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 마음가짐 :
이 모든 과정이 '정상'이며 '필수'임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최고의 스트레스 관리법입니다. 스트레스가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불안해하는 '이중 스트레스'를 피해야 합니다. - 시각적 관리:
수술 후 2주가 지났다면 흑채, 헤어 왁스, 모자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시각적인 스트레스를 가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습니다. 저도 이제는 신경 끄고 지내야겠습니다. - 두피 청결 (필수!):
수술 후 2주(생착 완료)까지는 조심해야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이식 부위를 부드럽게 잘 씻어 각질과 딱지를 제거해야 합니다. 깨끗한 두피 환경에서 신생모가 방해 없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암흑기'는 실패가 아닌, 1년 뒤의 풍성함을 위한 과정입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시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탈모인 화이팅!